중국 엄마의 가정식
코로나 이후 변한 것들이 참 많죠
변한 것들 중 우리 아이들 얘기를 해볼께요
아이들이 학교를 못가고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더니
방학이 되어도 여행다운 여행이나 나들이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집 앞에서 뛰놀기 시작했어요
아파트 단지 내에 아이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하더니
낮부터 저녁까지 온 동네 아이들이 모여 놀기 시작했어요
어린 유치원생들부터 초등고학년까지
열댓명, 스무명씩 모여 자전거며 보드도 타고
배드민턴도 치고 공도 차고...
이렇게 동네에 아이들이 많은지 몰랐네요
학교 다닐땐 모두 방과후 활동이나 학원, 그것도 아니면
학교 숙제 하느라 다들 집밖에서 노는 걸 못봤어요
그런데 전에 모르고 지내던 아이들과도 친해지고
코로나가 잠잠해진 요즘은 서로 집에 놀러 가기도 하면서
갑자기 아이들의 동네 친구가 많아졌어요
그렇게 친해진 같은 동에 사는 '니우니우'
우리 딸아이보다 두 살 많은 (9월 신학기에 5학년이 되는) 여자아이.
니우니우가 우리집에 와서 놀다 가기도 하고
우리 집 두 남매가 니우니우 집에 놀러 가기도 하고...
그러면서 오늘은 점심 식사때 맞춰 아이들이 함께 식사하도록
니우니우 엄마가 아이들을 초대했어요
잔뜩 기대하고 아침도 거의 굶다시피 하고 간 두 아이
그런데 간지 얼마안되 6살 아들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엘레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내려왔어요.
뒤이어 니우니우가 우리 아들몫으로 준비했던 음식을 싸들고
뒤따라 와서 잘 못먹고 갔으니 챙겨주려고
엄마가 보냈다면서 잘 덮힌 그릇을 내밀어요
이렇게 정갈하게 돼지갈비 조림과 그린빈을 밥과 함께
담아 보냈더라구요. 아들은 요즘 치통으로 고생하던 중이라
치과 진료를 받던 중이었고 뼈가 있는 고기를 뜯자니
마뜩잖아 왜그러냐고 묻는 누나한테 말도 않고 집으로 와버린 거였더라구요
분명히 집이 아니고선 잘 못먹을 것같아 만류했었는데
가고 싶어서 누나랑 신나서 가더니
이렇게 맛있는 음식도 못먹고
차려준 니우니우 엄마에게도 미안하게 되버렸네요
아들은 무른 밥을 미역국에 말아 연한 반찬에 먹이고
덕분에 내가 니우니우 엄마가 보내준 밥을 먹었죠
정갈한 차림도 예쁘지만 맛도 담백하니 너무 맛있었어요
밥먹고 다시 놀러간 아들과 딸이 오래도록
집에 오지않고 놀고 있으니 미안한 맘에
출출할 시간에 맞춰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만들어 보냈어요
이렇게 또 하루가 따뜻한 마음으로 마무리 되어 갑니다
코로나로 답답한 하루하루 중 색다른 즐거움이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전해진 날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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